[다시 간다]세금 2400억 들이고…3년째 ‘흉가 아파트’

2023-07-11 1



[앵커]
경기 용인에 2천 세대 규모의 아파트를 새로 지어놓고도 빈집으로 방치됐었습니다.

연결 도로가 없단 이유였는데 그리고도 3년이 지난 지금은 어떤 상태일지 이솔 기자가 다시 가봤습니다.

[기자]
텅 빈 아파트 단지 안에 적막만 흐릅니다.

잘 꾸며진 놀이터에서도 아이들 모습을 찾아볼 수가 없고 지나다니는 사람은커녕 주차된 차량도 한 대 없습니다.

단지 안으로 들어가 보려고 해도 입구가 보이지 않습니다.

[현장음]
"(여기 아파트 정문이 어디에요?) 여기로 쭉 가면 우측 가에 도로가 있어요. 그리로 들어가셔야 돼요."

공사 차량이 즐비한 길을 따라가 보니, 성인 키 높이 담장에 막혀 있습니다.

[현장음]
"(여기가 정문이에요?) 지금 임시 정문인데 아직까지 정해진 게 없습니다."

제 뒤로 아파트 정문이 보이는데요, 바로 앞에 야산이 턱 하니 가로막고 있어서 차와 사람이 진입할 길이 없습니다.

사방이 야산으로 둘러싸여 아파트로 가는 길이 없습니다. 

진출입로가 없는 맹지에 섬처럼 아파트를 지은 겁니다.

이 아파트는 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은 공공지원형 민간 임대 아파트입니다.

하지만 연결 도로가 없어 사용승인이 나지 않았고 결국, 다 지어 놓고도 유령 아파트로 3년째 방치돼 있습니다.

[용인시청 주택과 관계자]
"도로를 입주하기 전에 다 개설하는 조건으로 (협의)했는데 제대로 이행이 안 된 거죠. (처음에 허가 날 때 이런 우려는 없었어요?) 아니 우려가 없으니까 나갔겠죠."

도로 예정지 소유자인 개발조합과 공사비 합의가 안 돼 여태 길을 못 만들고 있는 겁니다.

그런데 대화할 조합장도 없어 허송세월만 하고 있습니다.

[역삼구역 주택 사업 관계자]
"조합장이 없으니까. 여기 조합원이 삼사백 명 돼요. 여기 A라는 파트, B라는 파트 서로 자기네가 추대해 가지고 조합장 하겠다고 싸우는 거예요. 그래서 사업이 안 되는 거예요, 여기가."

이 아파트에 들어간 공적자금만 2천4백억 원.

개발조합의 몽니도 있지만 길도 없는 맹지에 덜컥 건설 허가부터 내주고 2천 세대 아파트를 짓고 보는 지자체와 주택도시보증공사의 주먹구구 추진에 대한 비판은 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.

[노태욱 / 서울부동산연구원 원장]
"부동산에서 가장 손 안 대야 될 땅이 맹지거든요. 다른 사람이 목을 쥐고 있는 땅이잖아요. 계획을 세울 때부터 공무원들이 면밀하게 단계별로 가능한지 (보고),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을 것 같으면 안 해야 하는데…"

결국 국가권익위원회까지 나서 지난 5월 뒤늦게 대책안을 내놨습니다.

원래 정문이 아닌 단지 동쪽 공원 용지에 산을 깎아 임시 진입로를 만들기로 결정한 겁니다.

[용인시청 도시정책과 관계자]
"서민들이 들어가야 될 아파트가 방치된 채로 두고 볼 수 없는 차원이었기 때문에 서로 심도 있는 논의 끝에 결정하게 됐습니다."

임시 도로를 만드는 데 토지 보상비만 100억 원이 들고, 건설에만 2년이 더 걸립니다.

결국 최종 입주는 5년이나 더 늦어지게 됐습니다.

[홍석지 / 입주 희망자 모임 대표]
"입주를 바라는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 일반적인 서민으로서 자기 주거 안정과 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잖아요."

주택 공급 숫자 늘리기에 급급했던 공기업과 무턱대고 허가부터 내준 지자체가 만든 길 없는 유령 아파트.

안일한 행정 속에 수천억 원 혈세만 낭비되고 있습니다.

다시간다 이솔입니다.

PD : 홍주형
AD : 김승규
작가 : 김예솔


이솔 기자 2sol@ichannela.com